줄거리와 결말 – 조용한 방에서 피어난 온기
영화는 주인공 야마다 미스다(마츠오카 마사히로)가 감옥에서 출소한 뒤, 이름도 생소한 강가 마을의 임대주택 ‘무코리타 하이츠’에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그는 과거의 어둠을 숨기고 조용히 살아가길 원하지만, 이 작은 공동체는 그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야마다가 이사 온 방은 이전 세입자가 고독사했던 곳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야마다는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묵묵히 일상에 적응하려 애쓴다. 그는 근처 곤부(다시마) 공장에서 일하면서 매일 같은 리듬으로 살아가지만, 고독과 무기력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던 중, 이웃인 와타나베(에이타)와의 관계가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낸다. 와타나베는 아들과 단둘이 살면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다. 그는 야마다에게 반찬을 나눠주고, 억지로 이야기를 걸며 이웃의 문을 두드린다.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야마다 역시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또한 관리인 시라이(미야자키 아오이)와의 소소한 대화, 공동묘지에서의 청소 일 등을 통해 야마다는 삶과 죽음, 고독과 연결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영화의 결말은 화려하지 않다. 야마다는 여전히 고요한 방에 혼자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혼자 있어도 괜찮은 마음’을 품고 있다. 그는 누군가와 소통했고, 기억했고, 또 기억될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살아간다’는 감정의 잔잔한 여운 속에 조용히 마무리된다.
감독과 배우 – 조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시선
『강변의 무코리타』를 연출한 감독은 오기가미 나오코(荻上直子)다. 그녀는 『카모메 식당』, 『안경』, 『렌트 어 캣』 등으로 잘 알려진 감독으로, 도드라지지 않는 인물과 공간을 중심으로 잔잔한 일상 속의 온기를 표현하는 데 능하다.
이번 작품도 그녀가 직접 쓴 소설 『무코리타의 맛』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죽음, 고독, 회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특유의 담백한 연출 방식 덕분에 과장 없이 감정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주인공 야마다를 연기한 마츠오카 마사히로는 조용한 인물의 내면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했다. 세상과 거리 두려는 인물이 타인과 조금씩 관계를 맺으며 변화해가는 과정을, 과한 설명 없이 표정과 눈빛만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이웃 와타나베 역의 에이타는 밝고 서글서글한 인물로, 야마다의 고요한 세계에 조금씩 스며드는 ‘외부의 힘’ 같은 역할을 한다. 그의 자연스러운 말투와 생활감 있는 연기는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든다.
관리인 시라이 역의 미야자키 아오이는 짧은 등장임에도 작품에 부드러운 공기를 더해준다. 과거 오기가미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한 배우답게, 작은 역할 안에서도 정서적 안정감을 잘 잡아준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톤은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담백하다.
촬영지 – 강가 마을과 공동묘지, 실제 일상의 공간에서
『강변의 무코리타』는 제목처럼 강가 마을의 조용한 풍경을 중심으로 촬영되었다. 영화의 주요 촬영지는 니가타현 조에쓰시(上越市)와 그 인근 지역으로, 인적이 드문 작은 마을과 강 주변의 자연 환경이 그대로 등장한다.
야마다가 입주한 임대주택 '무코리타 하이츠'는 실제 조에쓰시 인근에 있는 폐가를 리모델링해 세트로 활용했다. 낡은 외벽, 좁은 복도, 서로 닿을 듯 말 듯한 방 구조는 이웃과의 관계 맺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곤부 공장 장면은 조에쓰 시내의 실제 소규모 식품 공장에서 촬영되었으며, 소리, 조명, 작업 동선 모두 현장 그대로의 분위기를 유지해 주인공의 단조로운 일상을 사실감 있게 보여준다.
강변을 따라 걷는 장면이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은 우오누마 강(魚沼川) 일대에서 촬영되었으며, 잔잔한 흐름과 주변의 푸른 수풀은 영화 전반의 정서와 잘 어울린다.
또한 공동묘지와 납골당 장면은 조에쓰시 인근의 실제 사찰과 묘지에서 진행되었다. 너무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죽음’이라는 테마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공간 자체가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원작 소설 – 『무코리타의 맛』에서 시작된 이야기
『강변의 무코리타』는 감독인 오기가미 나오코(荻上直子)가 직접 집필한 소설 『무코리타의 맛(川っぺりムコリッタのごちそう)』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다. 소설은 영화보다 먼저 2019년에 출간되었으며, 감옥에서 나온 주인공이 강가의 마을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이전 작품들처럼 이번에도 삶의 외곽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소설 속 야마다는 주변 인물들과의 교류를 통해 점차 삶에 안착해가며, '함께 밥을 먹는 행위'를 중요한 주제로 삼는다. 등장인물 간의 대화는 짧고 간결하지만, 그 속에는 정체된 감정과 어설픈 온기가 녹아 있다.
영화는 이 소설을 충실히 반영하되, 영상 언어의 특성을 살려 미묘한 감정을 더 섬세하게 전달한다. 소설에서 묘사된 배경과 인물의 내면을, 영화는 풍경과 연기, 간결한 음악으로 표현함으로써 책과는 또 다른 여운을 남긴다.
특히 ‘무코리타’라는 말은 작가가 만든 조어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아주 작고 느슨한 관계’를 뜻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소설과 영화 모두의 핵심 주제를 상징하며, 완전한 연결은 아니더라도 서로를 인식하고 있는 관계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