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봉한 영화 ‘하나와 앨리스’는 십 대 소녀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미묘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죠. 이와이 슌지 감독의 감성적인 연출과 아오이 유우, 스즈키 안의 싱그러운 연기는 아직까지도 많은 관객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 촬영지 그리고 배우와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하나와 앨리스 줄거리 – 우정과 감정 사이, 그 어색했던 시절
이야기는 절친한 두 소녀 ‘하나’와 ‘앨리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시작됩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조용하고 내성적인 하나는 같은 반 남학생 미야모토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죠. 어느 날 미야모토가 문에 부딪혀 기억을 잃은 듯 행동하자, 하나는 그 틈을 타 ‘자신이 그의 여자친구였다’는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처음엔 단순한 장난처럼 시작된 거짓말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야모토는 혼란을 느끼고, 하나는 그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 앨리스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앨리스가 점점 미야모토에게 진심으로 끌리기 시작하면서 생기게 되죠.
이 세 사람 사이에는 사랑, 우정, 질투, 혼란 같은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갑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사실 하나의 작은 거짓말이었죠. 영화는 이 단순한 설정을 통해 십 대 소녀들이 겪는 감정의 변화와 성장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하나와 앨리스 결말 – 진심을 꺼내는 순간, 관계는 조금씩 변해간다
거짓말은 결국 진실 앞에서 무너집니다. 미야모토는 하나의 이야기에 점점 의심을 품고, 앨리스 역시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점점 혼란을 느낍니다. 결국 하나는 자신이 꾸민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게 되고, 미야모토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누구 하나 크게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습니다. 그보다는 다들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에 가깝죠.
앨리스는 자신의 감정을 미야모토에게 고백하지는 않지만, 그 감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또렷하게 알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 역시 처음보다 조금 더 솔직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되죠. 영화는 특별한 반전이나 극적인 사건 없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인물들의 내면 변화를 따라갑니다. 결말은 그래서 더 오래 남습니다.
하나와 앨리스 촬영지 – 평범한 일상이 영화가 되는 순간
영화의 대부분은 도쿄 외곽의 주택가와 학교, 골목 등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눈에 띄게 화려하거나 유명한 장소는 없지만, 오히려 그런 평범한 공간이 영화에 진짜 숨을 불어넣습니다.
하나와 앨리스가 함께 걷던 골목, 학교 앞 자전거 보관소, 횡단보도, 라디오 방송실 같은 장소들은 마치 우리가 한 번쯤 지나쳤을 것 같은 장면들이죠.
특히 영화 후반, 앨리스가 발레 오디션에 도전하는 장면은 도쿄의 작은 극장에서 촬영되었는데, 무대 위에서 홀로 춤을 추는 그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인상 깊은 순간 중 하나입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대단한 배경이나 세트를 쓰지 않고도, 인물들의 감정과 빛, 공기를 활용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듭니다. ‘하나와 앨리스’는 그런 의미에서, 공간이 감정을 담아내는 방식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와 앨리스 배우와 감독 이야기
영화에서 ‘하나’를 연기한 배우는 스즈키 안, ‘앨리스’를 연기한 배우는 아오이 유우입니다. 두 사람 모두 당시 10대였지만, 성숙하면서도 투명한 감정 표현으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특히 아오이 유우는 이 작품을 계기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고, 지금도 ‘일본 청춘 영화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죠.
스즈키 안은 묵직한 눈빛과 조용한 감정선을, 아오이 유우는 밝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습니다. 두 배우의 호흡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감독은 이와이 슌지. '러브레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으로 이미 감성 연출에 정평이 나 있던 그는, ‘하나와 앨리스’에서도 조명과 음악,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소녀들의 미묘한 심리를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거창한 이야기보다, 조용한 감정과 풍경을 따라가는 방식을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는 그래서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지곤 하죠.
결론 – 누구에게나 있었던, 그런 계절의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는 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모두가 지나온, 혹은 지나고 있는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죠.
감정에 서툴고, 말보다 눈빛이 더 많은 시절.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도, 결국은 자신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청춘을 그리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른이 된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마음이 간질간질해지고, 그 시절의 나를 껴안고 싶어지는 그런 영화.
조용히, 그러나 오래 마음에 남는 이야기. 그게 바로 ‘하나와 앨리스’가 가진 힘입니다.